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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day in Jeju해지 생각/일기장 2018. 1. 24. 13:18
이번 여행,
해를 넘긴 이번 여행은 나이 한 살 더 들고 간다.
끝나가기만 기다렸던 2017년을 뒤로하고
외로웠던 제주 생활을 정리하며
새로운 해를 나의 일상에서 맞이하러 가는 길이 마냥 기쁘지도 마냥 아쉽거나 슬프지도 않다.
무던히 간다.
도망치듯 온 제주에서
이 마음 버리고 가고싶은 욕심이 생겨 그저 편하게만은 보내지 못했던 날들이 못내 아쉽지만 내가 보낸 그 날들이 내 삶에서 헛되지만 않기를 믿어본다.
그러고보면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은 내게 뗄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 이 곳으로부터 도망친 외국에서 또 다른 외국으로 도망쳤던 것을 생각하면 나의 복잡한 일상들이 정리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곤 했다.
그리고 그게 나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천천히 오르고 천천히 내려옴을, 천천히 불타오르다 또 천천히 식음을. 뛰어나지 못한 적응력을 가졌음을. 그래서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임을.
나의 일상으로 천천히 올라가며,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소중히 아껴야겠다. 그리고 지난 한 해, 여러가지로 힘들었을 나를 위로하고 달래고 그럼에도 나를 많이 사랑해야겠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나하나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힘빼고 가는 여행, 내 새로운 한 살은 그렇게 살기로 했다.
가고싶었으나 도망치고싶던 그 외국을 몇년 간 그리워했던 것처럼 제주도 그러하겠지.
그리고 내 다음 제주는 마냥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곳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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