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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책/읽고난 후 2019. 4. 22. 06:11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책을 덮었다. 한동안 멍했다. 쇼파 위에 머리를 베고 앉아 한참동안이나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다가 내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랄까.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개월동안 두바이에 있던 시절, 같이 일하던 비슷한 또래 친구들과 2박 3일로 카타르 도하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 여행이 특별히 재미있다거나 에피소드가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기억나는 것은 ‘여행지에서의 여행’ 이라거나 ‘해외에서의 해외’라는 것을 처음 경험해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 나는 내가 특별해짐을 느꼈다. 여행지에서 나는 작가 김영하의 단어처럼 노바디였지만 스스로에게 섬바디였다. 해외 경험이 많지 않은, 더군다나 여행으로는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는 외국에서 또 외국을 가는 내가 특별해보였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그 때 우리 모두는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얼마 후 한국으로 일시 귀국한 지 한 달 뒤 나는 다시 필리핀 세부로 떠났다. 그 때 한국은 나의 정착지나 고향이라기 보다 잠시 머무르는 새로운 여행지였다. 여행지로의 한국이 얼마나 달콤하고 재미있었는지 나는 아직도 그 해 추운 겨울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직업적인 이유인지 아니면 그 때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래서 용기가 없어서인지 오년 째 정착생활을 하고 있다. 중간에 여행을 다녀오기는 했지만 그건 언젠가 돌아올 곳이 있는 정말 여행이었다. 미래가 불확실한 시절 내가 어디로 갈 지 모른채 내가 정하는 대로 강물따라 흘러가며 살았던 그 불안함과 도피, 낭만이 새삼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여행의 이유, 나에게는 무엇일까. 무엇이었던 것일까. 여행이 일상이 되는 순간이, 그래서 다시 일상을 찾는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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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de by Jaimie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