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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덕혜옹주. 새로운 작품.
    Enjoy/공연 2017. 1. 6. 02:42

    2017 첫 문화생활, 뮤지컬, 그리고 덕혜옹주.



    마음을 따뜻하게도, 차갑게도, 열정적이게도, 슬프고 분노가 느껴지고 아리게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을 하는 걸테고. 아마 그 다음이 문화생활을 통해 간접 경험하는 것이지 않을까?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편도 아니고, 무언가를 분석할만큼의 내공이 아니기에 여타의 작품을 볼 때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하려 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장 자주 하는 표현이 '좋은 것 같긴 한데 무엇이 좋은지 잘은 모르겠어, 그런데 좋긴 좋아.'



    그럼,

    달라진 것은 없지만 새로운 나이를 갖게 되고 마주친 새로운 작품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참 별로였다.


    그래도 집에 오는 길에 천천히 생각하며 이해하려 노력했고. 처음 느낌보다 훨씬 괜찮아졌지만, 그럼에도 나는 참 별로였다. 이 작품이.







    뮤지컬 덕혜옹주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다.



    내가 즐겨하는 취미 중 하나가 문학작품 - 영화 - 뮤지컬, 연극 등으로 각색한 작품을 비교하며 보는 것이다.

    요즘은 소설이나 웹툰을 각색한 영화들이 늘어나서 많은 노력없이도 전보다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과거에는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는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더욱 많은 작품을 만나게 되며 각 장르의 특성을 전보다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이제는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이야기하기보다 '연출의 포인트가 어느 부분에 있었구나..', '이 감독의 색채가 이렇게 묻어나오는구나..'라며 장르, 그리고 작품 고유의 character를 보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뮤지컬 덕혜옹주는 각색이 아니라 동명의 새 작품이었다.


    소설 덕혜옹주나 영화 덕혜옹주를 기대하고 갔던 나 같은 사람들의 반응은 아마 둘로 나뉠 것이다.

    새롭거나 아니거나.

    그리고 나는 새로웠고, 아니었다.






    소 다케유키가 딸 소 마사에를 찾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대동아전쟁(태평양전쟁이라고도 한다.)에 가기까지의 이야기는 중간중간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한 장, 한 장이 너무 소중하고 아껴보고 싶었다.

    특히, 시대상황 때문에 개인보다는 국가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던 지극히 작은 개인의 삶을 조명하고자 했던 시작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덕혜옹주의 내적갈등 부분이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조선의 마지막 옹주이지만 개인적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남편 소 다케유키에게 마음이 열기까지의 그 과정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딸 마사에가 자신만의 딸이다.'라고 생각했던 이 부부의 삶도 이해되었다.


    소 마사에게 이지메 당하는 장면에서 시대적 배경을 잘 드러냈고, 그런 딸에 대한 아버지 소 다케유키의 지독한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이 불러온 덕혜옹주의 정신병원 입원이라는 참극은 구성면에서나 어느 한 부분에서도 빠짐없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부분부터 내 마음이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첫 시작부터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풀어나가고자 했던 연출자의 의도가 보였고, 그 부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는데 이 작품은 내가 알던 덕혜옹주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소 다케유키나 소 마사에가 많았고, 지나치게 덕혜옹주는 적었다.



    두 번째 막에서, 덕혜옹주의 초기 일본 생활을 그리며 그녀가 정신병을 앓게 된 원인을 이야기 해 주기는 하지만 옹주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세 번째 막은,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키는 남편 소 다케유키와 말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던 소 마사에의 이야기.

    그리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가지게 된 소 마사에의 그 원인은, 딸을 위하여 옹주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지만 사실은 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개인의 심리적 붕괴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지만,

    소 다케유키의 이야기, 그리고 소 마사에의 이야기. 거기까지인 듯 싶었다.




    당황스러웠다. 내가 알던 덕혜옹주는 이게 아니었는데 싶었다. 어느 정도의 각색을 이해하긴 하지만 그 각색으로 느낀 감동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전혀 모르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작품이 끝날무렵 뮤지컬 덕혜옹주는 소설이나 영화의 각색이라기 보다 실존인물 덕혜옹주, 소 다케유키 그리고 그녀의 딸 소 마사에의 이야기라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기존 동명의 작품들이 내게 준 일종의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뮤지컬 덕혜옹주는 덕혜옹주 개인의 삶. 역사 속에서 울 수 밖에 없던 그녀의 격한 삶을 기대하고 갔다면 실망하고 올 것이 뻔하지만 대신, 그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그녀의 딸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슬플 수 밖에 없는 그 마음을 충분히 느끼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덕혜옹주가 개봉했을 때, 많은 관객을 모으기는 했지만 역사 왜곡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실제 덕혜옹주가 하지 않았던 애국활동을 많이 담았고, 그래서 슬픈 영웅으로 추대하고자 했던 연출의 의도가 관객을 끌어모으기에는 괜찮았으나 그것을 보는 이들은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설 덕혜옹주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소설도 역사왜곡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영화는 어디까지나 소설을 잘 각색하였고,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끌어모으는 지 잘 아는 연출이 가미된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이보다 더한 실망이 없었다. 기대를 한 가득 안고 밤 9시에 본 그 영화에 대한 불편한 마음으로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주에 내가 갖고 있던 소설을 중고서점에 팔았다.)


    그럼, 뮤지컬 덕혜옹주는 어떠할까?

    적어도 그런 논란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삐딱한 시선에서 말하자면 그만한 덕혜옹주의 이야기가 없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시선에서 말하자면 이 작품은 조선의 마지막 황녀, 일본인 남편과 일본과 조선의 피가 반반씩 있는 딸이 등장하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저 개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런 부분에서 편히 볼 수 없었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당시 조선인들에게 그렇게도 무자비했던 일본인을 일본인이 아닌 시대의 희생양이 된 개인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당연히 불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그 개인의 이야기는 한 명, 한 명, 그리고 한 명 잘 담아냈지 않은가. 역사왜곡없이.








    집에 오는 길에 뮤지컬을 찾아보니, 작품 전체가 소 다케유키의 회상신이라고 한다.

    아쉽다. 작품을 보면서 그걸 캐치할만큼 기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말 극찬을 하는 것은 새로운 무대 연출, 무대 디자인,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였다.

    특히, 이미 너무나 여러 번 덕혜옹주와 그 딸 소 마사에를, 1인 2역을 한 문혜영씨의 연기는 놓칠까 무서울 정도로 감탄, 감동이었다.

    미묘한 감정 표현을 잘 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소 다케유키를 연기한 최수형씨의 노래와 연기 역시 감동적이었다.


    제한적인 무대에서 제한적인 시간과 제한적인 사람으로 연출해내야 하는 이 뮤지컬에서 어쩜 그런 발상으로 무대 디자인을 하고 연출을 하였을까. 공연을 보며 마음 속으로 여러 번 박수를 쳤다.

    가족의 이야기, 한 개인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풀어내야 하고 시간을 넘어가는 그 대본을 그런 무대 디자인을 했다는 것은..... 그 생각을 하신 분을 직접 뵙고 공연 너무나 잘 봤다고 꼭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였다.(너무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궁금하면.. 꼭 보시길^^)


    그리고 그래서 나는.

    좋다가-의문을 가지다가-깨닫고-그럼에도 불편해 하면서도 한 장면, 한 장면을 놓칠 수 없었다.

    그 무대에서 저 배우들이 보여주는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 아까웠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좋기도 했다.










    전혀 다른 덕혜옹주.

    시대를 가족으로 풀어낸 이야기.

    개인이 스토리가 되는 옴니버스와 같은 구성.


    소설이나 영화를 기대하고 가지 않고, 조선의 마지막 옹녀에 관한 이야기로 기대하지 말고, 일본인이 아닌 개인을 볼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면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불행히도 나는 그렇지 못했다.



    다만,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

    돌아온 창덕궁에서 노래하는 덕혜옹주는 "낙선재의 복녕당 귀인 양씨가 딸에게 하는 이야기", "덕혜옹주가 딸에게 하는 이야기", 그리고 "덕혜옹주가 어머니 귀인 양씨에게 들으며 스스로 하는 이야기"로 보았다면 그래도 꽤 만족스러운 결말이지 않을까. 적어도 마무리는.


    하나 더.

    아버지 소 다케유키가 내 딸 소 마사에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 딸 정혜를 찾는 것으로 마음의 갈등이 해소되었고 보는 것은 무리인걸까.

    아직도 생각할 것이 많은 작품이다.









    ◎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낸 글입니다.

    이 작품이 몇년 전에 나온 작품임은 알고 있으나, 소설-영화-뮤지컬 순으로 보았기에 그 순서대로 리뷰작성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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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de by Jaimie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