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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카테고리 없음 2019. 1. 24. 00:00

    2017년 어느 날 서울에서 하는 "LIFE전"을 갔다. 출장 겸이었고, 유명한 LIFE지이지만 세대가 달라서인지, 여기가 한국이여서인지 그 유명세의 정도를 체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큰 기대가 없었다. 

    잡지와 사진을 좋아하는 터라 전시 시작을 쉽게 했고, 중반부와 EXIT를 향하며 나는 휴대폰에 무언가 계속 적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사적 사건들이었다. 그것들은 너무 중요한 사건들이거나 때론, 인상깊은 사진이었기에 찾아볼만한 사건들이었다. 그리고 몇몇은 바로 찾아보았고 몇몇은 아직 내 휴대폰 메모장에 그대로 저장되어 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지금은 종방인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LIFE특집'편을 들었다. 전시회에 다녀온 지 얼마 안된 터이기도 하고, 최초로 외부에서 특집을 요청한 거라고 하여 재미있게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방송에서 이 영화를 언급했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전시회와 방송 모두 재미있게 들어 당장이라도 이 영화를 볼 것처럼 했었는데 막상 내가 영화를 본 건 오늘 아침.

    출근하지 않는 날 일찍 일어나 라디오를 들으며 집 청소와 빨래, 밀린 식기구 정리까지 다 하고, 여유있게 아침을 먹겠다고 예쁘게 플레이팅을 하고 사진 찍은 아침.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정말.





    To see the World, Thing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To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feat.

    That this is the purpose of "LIFE".

    영화에 나오는 이 모토는 실제 LIFE지의 모토를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실제 모토는 이보다 더 구체적이고 길다고 한다.) 이 모토는 영화에서 꽤 여러 번 나오는데 주인공 월터가 상상을 현실로 할 때 나오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여러 시각에서 본다. 미국 자본주의를 풍자하기도 하고(꼭 미국의 자본주의가 아니라 그냥 자본주의를 풍자했다고 해도 될 듯), 촬영지를 탐색하기도 한다. 실제 영화에서 대자연을 상징하는 여러 곳이 나와 우리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우리가 월터가 될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했다고도 한다. 나도 이런 메세지들에 모두 공감하는 바이다. 그럼, 나는 어떤 시각으로 이 영화를 봤을까.

    나는 그저, "처음에는 고리타분해 보이던 월터가 여러 경험을 한 뒤, LA로 돌아왔을 때 훨씬 멋있어 보이더라." 이다.

    마른 몸에 큰 양복을 걸쳐 입고, 말을 더듬으며 실제로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온라인으로 데이트사이트에서 클릭도 전전긍긍하는 흰 머리 그득그득한 월터가 사진가 숀 오코넬(숀 펜)을 찾으러 여러 곳을 다니며 정말 상상하기만 한 경험들을 하고 돌아왔을 때 훨씬 젊고 생기넘쳐 보였다. 무엇보다 멋졌다.


    또,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영화 초반에는 멍 때리고 상상만 하던 월터의 씬들이 중반부터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겠지. 더 이상 상상이 필요 없으니까.

    전에는 상상만 하고 실제로 엄두내지 못했던 것들을 실제로 하나하나 하면서 더 이상 상상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제 상상은 바로 현실로 갈 수 있으니까. 그 처음이 라이프지의 모토이고, 두 번째가 극 중 주인공 월터가 짝사랑한 셰릴이 부른 '우주비행사 톰(Space Odity)'이다. 그리고 월터는 더 이상 상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침내 숀을 만나고 돌아왔을 때 LIFE지 구조조정 담당자에게 전에는 하지 못했을 법한 말들을 했다.(So gorgeous!)


    그리고 마지막,

    영화내내 월터가 그렇게 찾던 LIFE지 마지막 표지, 삶의 정수.

    그 씬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정말 상상을 멀리 두지 않고, 현실로 만들 수 있구나. 상상은 현실이고, 또 우리 삶에 있다. 그래서 그 마지막 표지는 삶이고, 현실이고, 또 상상이었다.


    꼭 모험을 떠나라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일상을 벗어나고 어디론가 간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또 떠난다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테니까.

    그렇지만, 꼭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도 어디론가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동네에서 너희동네로 간다는 물리적인 이동이 아니라 일상을 특별하게 보려는 시도, 계획만 하는 '나'에서 벗어나 실천하는 '나'가 되는 것, 또는 상상이든 그렇지 않든 꿈꿔보는 것.

    가볍게 읽은 책에서 '1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라.'는 챕터를 읽었다. 나는 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1년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야."라고 말은 하지만, 막상 1년 뒤 내 모습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난 후에 많이 바뀌었다고 하기보다 미리, 자세하게 꿈꿔보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일 같다. 그럼 혹시 알까. 정말 막연하게 상상한 나의 것들이 현실이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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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de by Jaimie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