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 생각/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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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잘 있길 바래요해지 생각/일기장 2018. 3. 15. 22:23
빠르면 10시, 늦으면 11시 넘어 퇴근한 지 4일째인 목요일 밤. 스피커에서는 전찬준의 "모두 잘 있길 바래요."가 나온다. 그리고 이듬해봄 사장님, 유람위드북스, 책방탐방을 하며 만났던 그 공간들과 사람들, 누구에게도 끝인사를 하지 않았지만 친구를 통해 출도를 들어 죄송했던 오버더윈도우까지. 그 곳이 정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힘든 날, 위로받고자 하는 마음도 사치였던 날에 찾은 제주에서 만난 인연들. 순간의 감사함을 주었던 살고 지나간 공간들이 멜로디가 노래하는 내내 다시 나를 지나갔다. 지금 나는 매우 잘 지내고 있다. 두달 전 내가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옅은 그림자 전혀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그래요, 저는 매우 잘 지내고 있어요. 모두 잘 지내시나요. 모두 잘 있길 바래요. 힘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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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day in Jeju해지 생각/일기장 2018. 1. 24. 13:18
이번 여행, 해를 넘긴 이번 여행은 나이 한 살 더 들고 간다. 끝나가기만 기다렸던 2017년을 뒤로하고 외로웠던 제주 생활을 정리하며 새로운 해를 나의 일상에서 맞이하러 가는 길이 마냥 기쁘지도 마냥 아쉽거나 슬프지도 않다. 무던히 간다. 도망치듯 온 제주에서 이 마음 버리고 가고싶은 욕심이 생겨 그저 편하게만은 보내지 못했던 날들이 못내 아쉽지만 내가 보낸 그 날들이 내 삶에서 헛되지만 않기를 믿어본다. 그러고보면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은 내게 뗄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 이 곳으로부터 도망친 외국에서 또 다른 외국으로 도망쳤던 것을 생각하면 나의 복잡한 일상들이 정리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곤 했다. 그리고 그게 나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천천히 오르고 천천히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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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나는해지 생각/일기장 2018. 1. 19. 13:36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거창한 소망 같은 거 없다.그냥 나를 살았으면 좋겠다, 열심히.나를 더 사랑했으면 좋겠다, 남자보다.하루하루 나를 느끼며 열심히 살되내 삶은 힘을 뺀 채 흘러가는대로그렇게 부드러웠으면 좋겠다.죽는 날까지 무언가 거창한 사람이 되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나는 훌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다만, 한 사람의 아내가 되고 싶다거나 두 아이, 혹은 세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가졌으면 좋겠다.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에게 더 다정했으면 좋겠다.그리고 그들에게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나는 나였으면 좋겠다.시간이 지나고그 때의 나도 그 때의 나였으면 좋겠다.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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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추구하는 낭만적 사랑주의자해지 생각/일기장 2018. 1. 19. 13:20
친한 친구가 일 때문에 매주 제주도를 내려온 적이 있었다.몇 개월의 프로젝트 기간동안 매주 최소 2~3일은 머물러야 했고 길게는 평일 내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친구는 주말이면 서울집에 꼭 왔다. 그 때 그 친구에게 만나야 할 애인이 있거나 함께 사는 가족이 있지도 않았다.(가족은 본가에 있었다.) 그래서 왜 주말에 제주도를 즐기지 않고 서울에 올라오냐고 물었고 친구가 이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집에 가야지. 거기가 내 집인걸, 가서 빨래도 좀 하고 집 정리도 하고 동네도 한 바퀴 걷고 쉬어야지.”정확한 워딩까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렇게 대답한 친구를 나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때의 나는. 지금이라고 그 친구가 이해가 될까 싶은데, 이제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친구에게 가장 편안한 것이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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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더윈도우, 서귀포.해지 생각/일기장 2018. 1. 17. 18:19
한 달 가까운 시간동안 타지에 와 지내며 드는 나에 대한 깨달음은 나는 자유를 추구하는, 사랑에 구속받는 사람이라는 거다. 왈종미술관에서 올레길을 걸으며 계속 오려다오려다 못 온 오버더윈도우 카페에서 인생 밀크티+크림브륄레+모카라떼와 사막별 여행자(무사 앗사리드)와 끌림(이병률)을 만나며 지는 해를 오래오래 바라본다. 남들 다 부러워하는 제주 한달살이 부러워할만하네 시간의 흐름을 시계가 아닌 자연에서 알고 내 모든 촉각을 세워 느끼고 있다. 이래서 더 이상 목적지가 없을 때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했을까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 같다. 어쨌든 결론은 나만 알고 싶은 카페에 와서 오늘도 기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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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여행, 여행과 일상 그 어딘가에 서서해지 생각/일기장 2018. 1. 5. 22:05
혼자 여행을 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건 외로움이나 고독같으면서도 자유로움 어딘가, 두려움이나 망설임과 용기같은 깡다구와의 계속적인 싸움 어떨 때는 괜찮다가도 또 어느 순간 괜찮지 않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여행이 딱 그러하다. 작은 책방 탐방을 꿈꾸며 떠난 제주에서 북카페가 아닌 책방을 혼자 들어가는 건 괜히 문 앞에서 나를 한 번 더 머뭇거리게 했고 그 작은 공간이 안락하게 느껴지기까지 나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묘한 밀당(?)을 혼자 부던히 했다. 내가 찾아갔으면서도 그 낯섬에 책으로 도망쳤고 사람보다 책이 편한 순간은 그렇게 곧 왔다. 그러다 용기내어 물어본 나의 한 마디가 어느새 사장님의 커피 한 잔과 분식타임에 이어 테이블에 앉아 본격적인 수다가 이어졌다. 여행에서 만나는 낯선 순간은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