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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 이도우
    책/읽고난 후 2019. 4. 23. 00:00

     

     

     

     

    행복했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가슴이 따뜻했고, 내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는 사랑에 빠진 여자의 얼굴처럼,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사랑에 빠져있었다.

     

    자극적인 소재의 소설이나 걱정과 위로가 가득이거나 단편적인 에세이 류, 부동산, 주식 등의 각종 재테크 책에 익숙했던 내게 이 책은 휴식과 위로였다. 따뜻함이 천천히 밀려오는 이 느낌을 내내 잃기 싫어 계속 읽으면서도, 다 읽고 나면 느낄 허무함이 염려되어 천천히 읽기 위해 부던히 애를 썼지만 결국 나는, 이 책을 펼침과 동시에 다 읽어버렸다.

     

    은섭과 해원의 이야기는 너무나 예뻤고, 배경이 된 독립서점과 혜천읍은 따뜻했다. 독립출판물이 담겨있는 은섭의 비공개 포스트와 전체적인 줄거리가 교차하여 전개되는 이 구조는 최근에 읽은 랩걸에서도 유사하게 본 구조인데 소설에서 보니 또 다른 재미와 신선함이 있었다. 꾸미지 않은 사랑, 천천히 다가가는 걸음, 서로 아끼는 마음과 격한 감정. 그리고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책방을 둘러싼 사람들까지, 한 명 한 명 깊이 알고 싶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 투성이었다.

     

     

    이모의 비밀이라고 해야 할지, 엄마의 비밀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그들의 비밀을 알게 된 후 해원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단지 그 상황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나는 해원의 마음을 아주 적게라도 부분이라도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해원이 갑자기 마을을 떠나려고 했을 때, 그 마음을 알면서도 몰랐다. 도망치듯 간 해천읍에서 또 도망가듯 떠나는 해원이 안쓰럽고, 보영 때문이었는지 동섭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털어놓지 못하고 떠나는 해원이 이해되어 안타까웠다. 내가 해원이었어도 동섭에게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저 행복했으면 했다. 그래서 동섭과 해원이 하룻밤의 헤어짐을 맞이했을 때 마음으로 눈물이 났다.

     

    모든 상황이 전부 이해되지는 않지만 이해되고, 또 이해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마음. 나는 욕심으로 동섭과 해원이 계속 예쁜 사랑을 하기 바랬다. 동화 같고 소설 같은 둘의 만남과 책방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현실을 마주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나 승호 할아버지의 사고로 작게, 해원 이모인 명여의 고백으로 아주 크게 현실은 성큼, 와버렸다. 그리고 해원이 서울로 떠나려 한다. 이 동화가 끝나지 않기를마지막 챕터를 남겨두고 간절히 바란다.

     

     

     

    그럼 나 서울 가지 말까?”

    아니, 그래도 가.”

     

    이 부분에서, 그래도 서울을 가라는 동섭의 말이 너무 아프다. 소설이 아닌 현실을 사는 나로서는 너무나 이해가 잘 가지만 그럼에도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행이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드라마처럼 끝나서, 영화처럼 끝나서. 동화에서 보던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가까운 결말이라서. 모난 현실에서 도망쳐 간 긴 겨울에서 만난 따뜻한 동화같은 사랑이, 따뜻한 봄과 함께 따뜻한 현실로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동섭과 해원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나는 한동안 너무 따뜻하고 아프고 예쁜 동섭과 해원을 놓치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예쁜 사랑에 마음이 따뜻한데, 왜 또 가슴이 아픈 걸까. 부러워서일까 그리워서일까. 말이 길어진다. 동섭과 해원이 그리워서 그런 것으로 하자.

     

    이제 마무리할 때다. 해천읍의 동섭, 장우, 보영, 수정아줌마, 근상아저씨, 현지, 승호, 효진, 익명성을 말한 인문학 고교생, 동섭이네 큰아버지, 무덤에 있는 친아버지, 약국아줌마, 그리고 동창생들, 경상남도 하양의 할아버지, 할머니, 멀리 여행을 떠난 해원의 이모, 서울에 있는 해원이 모두 따뜻한 봄날을 보내기를.

    호두하우스, 해천읍, 그리고 굿나잇 책방,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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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de by Jaimie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