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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해, 여름 손님, Call me by your name
    책/읽고난 후 2018. 5. 28. 21:12

    영화 <Call me by your name>을 보기 위해 급히 본 <그 해, 여름 손님>




    영화 예매 시간 전까지 급히 봐야한다는 생각이었기에 줄거리를 따라가기에 바빴던 <그 해, 여름 손님>은 책 관련 모 사이트에서 번역 관련 이슈가 많았던 터라 읽기를 미루고 미뤘던 소설이었다. 외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나는 번역의 거슬림을 수치화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지금 번역된 글을 읽고 있구나.' 정도 생각한 듯.

    어쨌든, 급히 읽은 책이라 다른 느낌을 담기보다 책을 읽으면 줄 그어둔 몇 곳만 담아보려 한다.






    내가 푹 빠지면 상대방도 푹 빠진다는 법칙이 어딘가에 있다. Amor ch'a null'amato amar perdona(사랑은 사랑받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다.) <지옥>편에서 프란체스카는 사랑받는 사람이 사랑하게 되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 그것이 사랑이라고 했다. 희망을 갖고 기다려 보자. 나는 희망을 가졌다. 어쩌면 내가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은 영원히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책을 읽으며 이 부분에 몇 번이나 줄을 그었다. 어떻게 보면 짝사랑이 이루어진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얼만큼은 맞고 얼만큼은 그렇지 않은 꽤나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나'라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을 때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사랑을 했던 것 같다. 표본의 수가 매우매우 적지만 지난 나와 현재의 나, 앞으로의 나를 생각했을 때 공감하며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끄덕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숨기는 게 있어. 자신을 숨기거든. 자신을 숨기는 이유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



    순간 뜨끔.

    자신감도 넘치고 자존감도 있는 편이고, 나를 매우 사랑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있고 지난 날을 계속 원망하는 나를 볼 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은 느낌





    외설이 소비되고 우리의 육체에 더 이상 교묘한 속임수가 통하지 않아도 친밀함이 계속 남을 수 있을까?



    외설과 육체에 교묘한 속임수가 필요했던가. 그래, 필요했지.

    그럼 그 교묘한 속임수가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올 때야 말로 친밀해지는 것이 아닐까.

    아니, 교묘한 속임수가 없다면 더 이상 외설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육체는 육체가 아닌 몸뚱아리 같은 것 따위가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







    "얘야." 아버지가 가로막았다. "너희 둘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어. 우정 이상일지도 모르지. 난 너희가 부럽다.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부분의 부모는 그냥 없던 일이 되기를, 아들이 얼른 제 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랄 거다. 하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네 입장에서 말하자면,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 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밤에 잠 못 이루게 하는 자기 안으로의 침잠은 끔찍하지. 타인이 너무 일찍 나를 잊는 것 또한 마찬가지야. 순리를 거슬러 빨리 치유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뜯어내기 때문에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마음이 결핍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할 때 줄 것이 별로 없어져 버려. 무엇도 느끼면 안되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야!"

     나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해 보려고 할 수도 없었다. 놀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 말이 경솔했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한 마디만 더 하자. 분위기가 좀 나아질 거다. 가깝기는 했는지 몰라도 난 네가 가진 것을 가지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가 나를 저지하거나 길을 막아섰지. 네가 네 삶을 어떤 식으로 사는지는 네 마음이다. 하지만 기억해. 우리의 가슴과 육체는 평생 한 번만 주어지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은 두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지. 하나는 실물 모형의 삶, 또 하나는 완성된 형태. 하지만 그 사이에 온갖 유형이 존재하지. 하지만 삶은 하나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닳아 버리지. 육체의 경우에는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고 가까이 오려고는 더더욱 하지 않는 때가 온다. 그러면 슬픔 뿐이지. 나는 고통이 부럽지 않아. 네 고통이 부러운 거야." 아버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나를 원망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구나. 어느 날 네가 나에게 문이 닫혀 있었거나 충분히 열려 있지 않았다는 이야길 한다면 나는 형편없는 아버지가 되겠지."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이 부분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고,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도 그러했다고 한다.

    하나, 이러한 아버지를 두어 다행인 것

    둘, 아버지가 한 말

    의미있고 고마운 말들.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 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순리를 거슬러 빨리 치유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떼어내지 마라. 새로운 사람을 다시 시작할 때 줄 것이 별로 없다.

    아무 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야.



    얼마가 걸려도 좋다.

    충분히 아파하자. 내 마음의 불을 끄지 말고 그대로 두자.

    순리대로, 흘러가는 대로.

    아픔을 아픔으로 느끼자. 그게 지나간 사랑에 대한 앞으로 올 사랑에 대한 예의일테니.





    and Last

    We all have two lives.. The second begins when you realized you only have one - Tom Hiddle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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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de by Jaimie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