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 임세원
    책/읽고난 후 2019. 1. 9. 00:00

    2018년 마지막 밤

    기대하며 찾아간 '라운드 미드 나잇(Round Midnight) 2018'에서 북토크 강연자 송형석 교수는 북토크가 끝날 즈음, 사실 오늘 기분이 좋지 않다며 사랑하는 친구 임세원 교수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짧게 했다. 생각해보니 시작할 때도 친구 임세원에게 라며, 자작곡 연주를 했다. 그 때 포털창에 처음 검색해 본 "임세원"은 연관검색어나 기사로 특이한 것은 검색되지 않았고 짧은 프로필만 있었다. 그리고 그 날 밤이 지나고 2019년 첫 해가 뜬 후 정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임세원 교수의 이야기로 첫 뉴스가 시작되었다.

    가슴 아픈 이야기인 그 일은 이 책을 읽으며 더 마음이 아팠다. 스스로 우울증을 겪고 그것을 이겨내고자 노력하고 우울증과 자살에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본래 성악설을 믿었던 교수가 '도움을 줌으로써 도움 받는' 것까지 하는 그 과정이 고스란히 나와 있는 전문가의 에세이는 지금의 사건을 생각하며 읽으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고통은 끊임없이 자신을 보아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그것을 보면 볼수록 우리는 더 괴로워진다. 눈을 돌려 나의 삶의 다른 부분들을 살펴보면, 오랜만에 청소를 하다가 책상 서랍 구석에서 우연히 발견한 만 원짜리 지폐처럼 잊고 지내던 삶의 작지만 긍정적인 부분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통은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이며, 나는 그것 말고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다.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움은 선택'이라는 말의 의미를 나는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법륜스님의 강연이었던가, 나도 이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고통은 사람의 힘으로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일이 일어난 후에 그 일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라고 했다. 짧은 생을 살면서 나도 이런 저런 고통을 많이 겪었던 것 같다. 멀리 보면 마냥 행복하기만 했을 내 삶 구석구석에는 좌절하고 고통스러울만한 일들이 곳곳에 있었고, 이보다 더 나쁜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삶은 나의 기대를 철저히 밟았다. 그리고 더 나쁜 일을 계속 가져다 주었다. 그러한 일들을 계속 겪으며 나는 조금씩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 두 번, 세 번의 나쁜 일들이 더해질 때 꼭 그것에 비례하여 좀 덜 속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쁜 일이 생길 때 그것을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사실 아직도 전부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전혀 없지만 적어도 이제는 일주일 넘게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은 없다.



    가장 힘든 순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무언가를 그만두려고 해선 안 된다. 그러한 상황에는 우리의 판단이 충분히 이성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그만두려면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내 이성이 감정을 충분히 통제하고 있다는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처음 계획했던 대로 하던 것을 계속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

    그래서 나는 이런 순간에 나의 일상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내 마음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만 그래도 몸은 나의 일상을 평범하게 견디려 노력하는 것이다. 정말 그것들을 하다보면 아주 잠깐이라도 내 마음은 고통을 외면할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그런 선택은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보다는 그것마저 포기할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였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을 알고, 또 일상과 그 미래를 살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신념: 나아질 것을 믿으며 오늘을 산다.

    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계속해서 내 희망을 이야기하며 나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 설령 나아지지 않는다 해도, 죽는날까지 평생을 고통에 시달린다고 해도, 수많은 오늘을 견디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으며,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현실 직시: 답이 없음이 답일 때때

    나쁜 일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그 자체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사건에 대한 나 자신의 반응으로 인해 결정된다.
    일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들과 나들이를 하고, 운동이나 산책을 하고.... 이런 일들을 포기해선 안 된다. 그래야만 정말로 답답하고 괴로운 상황조차 마침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인내: 한계를 인정하면서 한계를 넓히기

    진정한 '인내'는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무언가 해야 할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을 시도하든 한계를 인정하면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계를 인정하면서 한계를 넓혀 나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희망적이게도 우리에게는 매우 명백한 사실이 있다.

    지금 그리고 여기: 미래와의 관계 형성하기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교수가 말한 네 가지. 신념, 현실직시, 인내, 지금 그리고 여기.

    꼭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가족 중 조현병 등 정신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우리 모두가 공감하며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나는 2017년에 있던 내 개인적인 경험을 반추하며 읽었다. 이미 1년도 더 전의 일, 그리고 2년 전의 일들을 내가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결론이 아니라 과정이라 안타깝지만) 인지할 수 있게 정리해준 것 같아 반가웠다. 그리고 지금 내가 선택하여 살아가기로 한 소소한 방법들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을 때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기운을 좀 차렸고, 과거의 것들을 내려 놓고 이제 새 마음으로 더 적극적으로 살기로 했다. 스톡데일패러독스에 빠지지 않고 세상의 호기심을 갖고 더 많은 외부자극을 받아들이며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요인을 늘려가려 한다. 내가 갖고 있는 것들에 더 감사하고 과거는 과거이며, 고통은 고통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무엇보다 실천하며 나의 삶이 길을 찾을 수 있게 노력하려 한다.

    임세원 교수는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죽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 그러나 임세원 교수의 생각과 바람이 꼭 세상에 남기를 나 또한 바라며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지금이 내 인생 최악의 순간이라고 느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가 삶을 지속하는 한 적어도 최악은 없다고 확신한다. 앞으로도 가끔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부러지지는 않겠다고, 보다 정확히는 스스로를 부러뜨리지는 않겠다고 다짐한다. 나의 삶이 바로 내 희망의 근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댓글

Writede by Jaimieee.